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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가슴 뛰는 일 하고 싶었다” 의사 3인 스타트업 도전기 (BI 입주기업 시프트바이오)
  • 등록자 : 크림슨창업지원단
  • 등록일 : 2022-07-18 (월)
  • 조회 : 588

[크림슨창업지원단 BI(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 : 시프트바이오]

 

기사원문 : [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가슴 뛰는 일 하고 싶었다” 의사 3인 스타트업 도전기 | 중앙일보 (joongang.co.kr)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25) 시프트바이오

시프트바이오의 의사 3인방 공동 창업자가 회사의 주력 기술인 엑소좀을 배경으로 모였다. 왼쪽부터 이원용 리원피부과 원장, 남기훈 박사. 김인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강정현 기자

시프트바이오의 의사 3인방 공동 창업자가 회사의 주력 기술인 엑소좀을 배경으로 모였다. 왼쪽부터 이원용 리원피부과 원장, 남기훈 박사. 김인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강정현 기자

바이오 벤처업계에서 ‘의사 창업’이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지방대 의대 다 돌고 서울대 공대’라는 말이 있듯,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돈 잘 버는’ 의대로 몰리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학계와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똑똑한 사람들이 개인의 부(富)만을 위해 전공과 직업을 선택하면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타트업 창업 붐이 뜨거워지면서 의사 창업 사례가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원 박사와 젊은 의사 두 명이 힘을 합쳐 창업에 나섰다. 김인산(63)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과 서울대 의대 졸업 후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원용(43) 박사, 고려대 의대 졸업 후 수련의 대신 대학원 과정을 밟은 남기훈(33) 박사가 그들이다. 김인산 박사 역시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기초의학을 공부했다. 경북대 의대 생화학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해오던 김 박사는 2014년에 KIST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KIST엔 의사 출신 연구자가 한 명도 없는 ‘무의촌(無醫村)’이었는데, 의과학센터가 설립되면서 의사 연구자가 필요했다.

출연연·서울대·고대 의대의 만남
KIST 연구개발 기술 출자해 창업
엑소좀 기반 난치성 질환 신약 개발
“바이오 창업, 임상의사 참여 바람직”

지방간염·간섬유증 치료 목표

세 사람은 2020년 11월 김 박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KIST 기술출자회사 ‘시프트바이오’를 설립했다. 김 박사는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면역항암치료 분야 대가다. 2017년 3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약물 전달체로 주목받고 있는 ‘엑소좀’(Exosome) 세포의 막단백질을 항암 치료용으로 개발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어리얼에 게재했다. 내성 등 기존 면역항암치료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치료 효과를 대폭 높이는 결과였다. 그해 4월에는 세포막과 잘 융합할 수 있는 엑소좀을 전 세계 최초로 개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어리얼에 게재했다. 김 박사의 연구결과는 낭포성 섬유증 등 기존에는 치료할 수 없었던 막단백질 결손 질환을 고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시프트바이오의 창업 목표는 엑소좀을 기반으로 희소·난치성 질환 치료 신약을 개발하는 것. 핵심 신약 후보물질은 줄기세포에서 얻은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제 ‘SBI-102’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과 간섬유증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실험쥐를 대상으로 전임상을 하고 있으며,  미국 엑소좀 전문 생산 공정 개발 회사인 루스터바이오와 협력, SBI-102의 임상 1상을 위한 시료 생산에 들어갔다. 남 박사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성인병 환자가 많아지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여기서 더 나아간 지방간염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KU-KIST 대학원 스승과 제자의 창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버지와 아들 형제뻘인 세 사람이 어떻게 공동 창업자로 만날 수 있었을까. 김 박사는 KIST의 책임연구원이면서 고려대와 KIST가 공동 설립한 KU-KIST 융합대학원의 교수이기도 하다. 남 박사는 김 박사의 융합대학원 제자다. 남 박사는 고려대 의대 출신이지만,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사보다는 창업을 하고 싶었다. 의대 졸업 후 곧바로 KU-KIST 융합대학원에 들어가 김 박사 밑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 연구를 공부했다. 이원용 박사는 전공의 시절 전국 전공의 대표를 지냈다. 이때 의사협회 산하 조직에서 전국 의대생 대표였던 남 박사와 만났다. 세 사람의 얽힌 인연은 김 박사의 엑소좀 연구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해보자는 뜻으로 발전하면서 시프트바이오 창업에까지 이르렀다.

남 박사는 “의대에 다닐 때부터 임상 의사보다는 더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의사는 제한된 사람을 살릴 수 있지만 신약을 개발하면 수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련의 대신 대학원 과정을 밟았고,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창업 장려에도 불구 규제 너무 많아”  

회사 창업과 운영은 세 사람의 공동 창업자가 역할을 나눠 맡았다. 창업 자본을 댄 이 박사가 최고경영자(CEO)를, 남 박사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그간 KIST에서 엑소좀 연구개발을 주도해온 김 박사는 시프트바이오의 최대주주이지만, 연구원에 남아 R&D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KIST는 4년 전 그간의 겸직 금지 규정을 완화해, 창업을 할 경우 겸직과 휴직을 각각 3년 동안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창업 관련, 연구책임자의 겸직은 여전히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김 박사는 현재 KIST에서 항암치료를 위한 리더연구사업의 과제 책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출연연 기술의 창업 과정도 복잡했다. 기술가치 평가에 6개월, KIST 내 창업 심의위원회에서 다시 3개월, 공공기술의 출자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허가받는데 6개월이 걸렸다.

김 박사는 “정부와 KIST에서 창업을 적극 장려해온 덕분에 그간 연구·개발해 온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할 수 있었다”면서도 “막상 창업에 나서보니 여전히 겹겹이 쌓인 규제 때문에 창업과 회사를 키워나가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엑소좀 시장 연평균 21.9% 성장

시프트바이오는 이제 막 시작한 기업이지만, 김 박사의 독보적 기술력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창업 이후 최근까지 60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지난달 말에는 신용보증기금이 주관하는 2022년도 ‘퍼스트 펭귄’에 선정됐다. 창업한 지 5년 이내의 기업 중 혁신적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제도다. 선정된 기업에는 3년간 최대 20억원의 보증과 각종 혜택을 지원한다. 지난해 8월에는 코스닥 상장사 랩지노믹스에 항암면역신약 기술을 전임상 단계에서 넘기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시프트바이오의 엑소좀 기술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엑소좀을 이용한 항암면역 치료제의 핵심 원천 기술인 ‘SBI-101’이 미국과 중국에서 특허 등록됐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의 모회사인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은 2017년 엑소좀 기술을 사가려다 KIST의 기술이전 관련 규정에 묶여 무산된바 있다.

남기훈 박사는 “엑소좀을 이용한 바이오 신약은 항체치료제가 할 수 없는 분야를 담당할 수 있어서 또 다른 분야의 거대시장을 여는 것”이라며 “BMR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엑소좀 시장은 연평균 약 21.9% 성장해 오는 2026년 316억 9200만 달러(약 41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임상 경험 의사의 바이오 창업 바람직”

바이오 신약 스타트업의 경우 연구개발에 집중하느라 창업 이후 오랜 기간 매출 없이 투자금으로만 버티는 게 일반적이지만, 시프트바이오는 연구대행서비스(CSO·Contract Science Organization)를 별도의 사업으로 꾸려가고 있다.  CSO는 바이오제약 기업이 가진 플랫폼 기술과 연구 노하우를 활용해 고객사의 유망한 초기신약 후보물질 도출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주사업인 신약개발의 고위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시프트바이오는 최근 1년간 CSO로 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25년까지 연간 50억원 수준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남 박사는 “회사 운영자금은 CSO사업에서 올리는 매출로 감당하고 투자금은 모두 엑소좀 치료제를 위한 연구개발에 쏟을 계획”이라며 “CSO만으로도 기술 상용화에 따른 성공 보수는 물론 오픈 이노베이션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진 KIST 원장은 “시프트바이오는 KIST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창업한 대표적 우수 사례” 라며 “최근 겸직제도의 완화, 내부 창업지원 사업등으로 최근 창업이 활성화하기 시작했지만 창업 절차나 기술출자에 대한 규제는 앞으로도 더욱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임상”이라며“임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의사가 관련 창업을 하게 되면 개발 초기부터 임상을 같이 고민할 수 있어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아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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